<맛있는 음식과 위스키를 같이 먹고 싶어 꼽아본 K-안주 >
위스키와 잘 어울리지 않는 음식들을 꼽으라면 과하게 달거나 짠 음식들이라고 한다. 이런 걸 봤을 때 우리나라 안주 요리의 대부분이 달고 짠 것을 생각한다면 위스키와 어울릴만한 요리가 그리 많지 않다.
위스키와 페어링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찾아보면 치즈, 초콜릿, 훈제연어 등 너무 간단하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안주와는 거리가 있다. 이런 것들이 위스키를 편하게 즐기기에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다른 위스키와 어울리는 안줏거리가 있을거라 생각해서 열심히 찾아보면 물이랑 같이 마셔보라는 말들이 수두룩하다. 그저 독한 술을 맛있는 음식과 먹고 싶은 이 마음을 1도 이해하지 못하는 조언들이다. 그나마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이 피트 위스키를 생굴과 함께 먹어보라는 조언이 내겐 가장 이상적이고 맛있게 위스키를 즐기는 방법이었다. 열심히 수산 시장에 가서 굴을 사와 위스키 한 잔과 마시다 보니 뭔가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너무 금방 취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내가 먹고싶은 안주나 시켜서 위스키와 먹어보자 시도 했고 가끔은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위스키를 한 병씩 따서 즐겨보니 알았다. 너무 위스키 성격에 맞는 음식만을 찾는 것도 문제였다. 같은 위스키라고 마시는 사람의 그날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는데 너무 위스키에 맞는 음식만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맨처음 언급한 엄청 달거나 짠 음식이 어울린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이런 안줏거리와 페어링 했을 때 위스키도 위스키 나름대로 즐기고 맛있는 요리도 같이 즐길 수 있었다.
1. 모듬수육
사실 이건 어떤술과도 잘 어울리는 안줏거리다. 삶은 돼지고기는 그 나름의 돼지냄새가 있다 하더라도 위스키의 풍부한 향이 잡아줄 수만 있다면 이 조합은 정말 호불호가 없을 것 같은 조합이다. 같은 의미로 너무 간이 세지않은 순대도 위스키와 잘 어울린다. 뭔가 꾸리꾸리한 냄새를 확 잡아줄만한 피트향이 강하고 바다향이 강한 위스키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탈리스커와 도전을 했지만, 난 오히려 부르럽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발베니12년산이 더 좋았었다.
2. 막창
생각보다 이 기름진 요리가 위스키와 어울린다. 참고로 불막창은 아니다.
적당하다 못해 과하게 기름진 이 막창이 입안 가득 고소한 기름을 머금게 된 후에 위스키 한 입을 머금으면 풍미가 두배가 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차가운 위스키가 아니어도 괜찮다. 정말 딱 독주 한 잔에 적절한 풍미를 느끼고 싶을 땐 막창과도 위스키는 잘 어울린다.
아무래도 서양문화권에서 가축의 내장을 우리나라처럼 잘 조리해 먹는 문화가 있었더라면 위스키와 어울리는 요리에 햄과 치즈가 아닌 막창이 올라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될 정도다.
3. 민물장어
도톰하게 잘 구워진 장어는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보양식으로 알려져있다.
그만큼 비싸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이런 맛있는 음식과 함께 소주보다는 향이 그윽하게 나는 위스키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소금구이 장어에 잘 어울리는 위스키는 달모어라고 생각한다. 초콜릿과 바닐라향이 살짝씩 나는 달달한 향에 몰트 풍미가 진하다. 목넘김이 거칠다고 많이들 얘기해주는데 부드러운건 장어로 충분하지 않을까?
당연히 이것도 간이 안쎈 소금구이 장어가 잘 어울리지만, 양념구이 장어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양념구이 장어와 탈리스커10년과의 조합은 은근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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